Jiyoung Woo

《네버 본(Never Born )》은 표준적인 오늘의 미술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미술의 자기참조적 갱신이 종료되었다는 믿음, (미술 현장에서) 종결과 종말로 향하는 질서에 혼선을 일으키는 회귀, 복고, 환생의 유행을 비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건, 경험, 아끼는 사물, 자신의 내면 등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직면하는 6인의 참여작가는 닮음, 환영, 표현 사이의 어딘가를 방황하는 재현의 당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고안한 한계 위에서 작고 사소한 질문을 반복하려 한다.

우지영(b.1996)은 실제 삶의 바탕이 되는 도시 구조와 그에 상응하는 주거 형식, 건축물과의 관계에서 비롯한 감각을 특정 형태의 구조물로 치환한다. 그의 작업은 추상성과 기념성을 띤 역사적 조각의 형태를 본뜨며, 그럼에도 내부가 투과되는 조각으로 ‘잘못’ 뒤집혀 있다. 이 구조는 작가의 사적 공간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실─창문 너머로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사생활, 블라인드로 가린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 등과 연관된다.

/ 기획 및 글. 윤율리, 유현진
/ «Never Born» 서문 발췌, 2023

《three》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 1일까지 3달에 걸쳐 만든 전시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작가 2인과 기획자는 첫 만남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화의 이어달리기를 통해 ‘쌓음’과 ‘무너뜨림’의 연속체로서 한 공간과 그것을 이루는 무언가를 만들었다. 여기서 ‘연속체’란 기수(基數)를 가지는 집합으로, 수학에서  예를 들자면 하나의 선분 위의 점 전체, 혹은 하나의 평면 위의 점 전체가 만드는 집합체를 가리킨다.《three》에서 작가 2인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관심사  안에서의 교집합을 찾고자 한다.

 우지영과 유대림은 일상에서 스치듯 마주하는 풍경 혹은 장면들을 모아 각자의 연속성에 이입하여 그것을 설치와 조각으로, 평면으로 구현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에 관한 감상을  공감각적 언어로 기록해온 우지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6년 간 그가 주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풍경과 그 너머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선로를 따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는 ‘파편화된 조각’과 같다며 그것이 구축된 경로를 추적하고, 그에 관한 감상을 재료 삼아 살을 붙여 소조하듯 구현했다. 작품 〈casting〉은 그의  풍경을 이루는 조건 중 가장 중심의 기능을 가진 장치로, 네모꼴의 전시 공간을 가로지름으로써 관람 동선을 제한한다. 이러한 제한, 조건, 비효율적인 배치방식은 이미지의 범람 속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보기 상황과 같이 일상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제한된 시야의 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우연의 일치일까, 15평 남짓한 전시실에 걸어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는 오래된 건물이 무너져가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시퍼런 상공이 살갗을 드러내는, 다소 가변적인 풍경을  동반하게 된다. 폐허가 된 풍경을 뒤로하며 도착한 세계는 막이 내린 무대 뒤와 같이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뒤섞인 채 놓여있다. 이러한 ‘침범’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저 바깥과 다를 바 없는 아수라장인가? 아니면 점과 점이 모인, 우리가 ‘선’이라고 부르는 한 뭉텅이의 연속체로 바라볼 것인가. 하나 혹은 둘을 놓고 볼 때 서로 다르지만  셋을 두고  보면  전체로서 하나가 되는 보로메오의 고리(Borromean Ring)처럼,《three》에서 우리는 물질과 (시)공간을 넘어 셋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무어라  규정하기 어려운 애매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다만 이러한 애매함이 가진 힘은 즉 우리를 연결 짓는 것 그 자체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기획 및 글. 이지우
/ 《three》서문 발췌, 2021

콜로니얼 가든Colonial Garden 서측복도는 구서울역사 가장 바깥에서 건물 외벽과 맞닿아 길게 늘어진 통로 공간이다. 우측은 건물 외부로, 좌측은 부인대합실과 역장사무실로 이어진다. 《호텔사회》에서 이 공간은 중앙홀에 조성된 라운지의 연장인 동시에 호텔 정원의 모티프를 재해석하는 곳이다. 관객들은 복도를 거닐며 여러 식물 수종들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한 다과 및 애프터눈 티를 서비스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우지영은 일상의 사건과 그에 관한 감상을 공감각적 설치로 구현해 온 미술가다. 그의 설치는 조각의 스테레오타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그가 복도 오른쪽 끝에 제작한 분수 <라토나: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Latone: The Early Bird Eats the Worm>는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되어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서울의 제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재와 재료들로 재구성했다.

/ 기획 및 글. 윤율리
/ «호텔사회Hotel Express284» 서문 발췌, 2020

은 <커피사회> 내부에 위치한 전시 속의 전시다. < 커피사회>의 다른 섹션이 주로 수직적인(계보적인) 문화사 탐구에 치중해 커피 자체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 ACC 유스 클럽>은 반대로 커피라는 압력을 통해 수평적이고 혼종적인 컨템퍼러리를 추출하고자 설계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우지영은 일상의 사건과 그에 관한 감상을 공감각적 설치로 구현하는 미술가다. 그가 재료로 사용하는 사건들은 대단히 사적인 것이면서도 우리의 공통된 사회적 경험 속에서 왠지 낯설지 않은 기시감을 자아낸다. 클럽 한 쪽에 설치된 < 사각뿔 관측소 A Quadrangular Pyramid Observatory>는 그가 지방 소도시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봄철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든 기하학적 구조물이다. 우지영의 설치는 조각의 익숙한 형태와 속성을 차용하면서 동시에 물질적 조건으로부터 기인한 운동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러한 설치물은 결과적으로 전시실 내부의 주위 환경, 그리고 그 인터페이스와 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한다.

/ 기획 및 글. 윤율리
/ «ACC Youth Club» 서문 발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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